집 이란 무엇인가. 두꺼운 골판지인 줄만 알았는데 수십년 동안 덧대어진 벽지들이었다. 수십년의 시간이 켜켜히 집의 골조를 감싸고 있는 것이다. 신문지부터 각종 옛벽지들은 누렇게 서로를 엉겨잡고 벽에 다닥다닥 붙어있었다. 분명, 이 안에 나무골조가 있을 것이다, 했다. 작정을 하고 숨어있는 나무를 찾아야 시간을 파헤쳤다. 뜯어내는 과정은 거칠었다. 오래된 벽지가 천정에 덧대어진 나무판을 물고 떨어져서 두박스 가량의 모래가 천정에서 쏟아졌다. 천정이 무너져 내릴 것같아 스스로 도배를 해보겠다 했던 것을 포기할 뻔 하였는데 도배비도 도배비지만 숨어있는 나무들을 포기할수가 없어서 동네 분들의 자문을 얻어 끝가지 하기로 한다.대들보가 조금씩 드러나자 그원래의 빗갈과 자연스런 나무 무늬가 경이롭기까지 했다. 잠자던 나무가 오랜 잠에서 깨어난 듯, 숨쉬지 못하던 집이 이제야 숨통을 트듯, 새벽2시가 되어서야 몇 십년만에 세상에 나온 이 집의 든든한 대들보가 행복할 것 같았다. 나도 덩달아 행복했다.집이란 무엇인가. 집을그리라하면 삼각형 지붕아래 기둥두개와 바닥을 그어 그렸다. 기둥을 나무로 세우고 지붕을 얹고 흙으로 벽을 메우었다. 사람이 죽어 흙으로 돌아가 듯 집도 시간이 지나면 자연으로 돌아가게 만들어둔 것이 우리의 한옥집이다.천정에서 벽에서 흙이 쏟아지고 나무기둥이 버티고 있는 것을 보니 이것이 자연과 조화롭게 살았던 우리 삶의 방식이었다 여겨진다. 그 리고 몇십년의 세월을 지나온 두터운 벽지. 그 안에 치열하게 살았던 사람의 역사가 또 고스라니 남아있다. 자연과 어우러져 살아온 사람의 역사.이것이 집이다. 2015.2.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