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서재 利敍齋 <집전> 2017 

산 넘고 물 건너 집으로 가는 길 

2017.9.8 - 9. 30 

이서재 利敍齋

이 ‘집’ 은 곧 ‘길’이다. 뿌리를 지금으로 잇는 길이며, 미래를 대변하는 길이다. 집을 열어 사람을 이웃으로 맞는 일, 음식을 나누는 일, 이야기를 나누는 일은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지만 어느날 부터 우리는 집으로 손을 부르지 않고, 요리한 음식을 함께 집에서 먹지 않는다. ‘집전은’ 마당을 잃고서 정말로 잃어버린 것이 무엇인지를 깨닫는 것, 내 집의 대문을 꼭꼭 닫아두며 사라진 것이 무엇인지를 아는 것, 그러면서 사는 일의 풍요로움이란 또 무엇인지를 질문하고 마음에 두게 하려는 일이다. 더불어 우리가 기억하지 못하는 우리의 옛집에서 베어나는 풍경을 상상하는 일, 낮은 담, 마당의 그림들은 또 어떠했을지 그려보는 일이다. 시대가 변하고, 그 흐름에 적응하며 달라진 삶을 살아가지만 그 변화가 무엇을 의미하고 무엇을 상실하게 하는 지를 알아차리고 비판하는 일을 작가적 태로도서 나누려는 작업이다. 집은, 시간과 공간이 함께 존재하는 우주 宇宙이다. 가장 본질적이며 근본적인 삶의 행위들이 이루어 지는 집은 그야말로 하나의 소우주, 코스모스의 응축이다. 집은 그대로 내 자신이 된다. 내 자신이 그대로 우주의 한 장면이 된다라고 생각하면 그대로 삶이 숭고해 지지 않을 수 없다. 

이서재, 집 프로젝트 

<산 넘고 물 건너 집으로 가는 길>

"9월 8일부터 9월 30일까지 

매주 금, 토,일에 

이서재에서 펼쳐진 '집' 이야기"



이서재는 오랜 파리생활을 접고 돌아와 처음 둥지를 튼 작은 한옥 집입니다. 이름처럼 이롭게 펼치는 집이 되기를 바라며 이서재利敍齋라 이름하고 제 자신도 이서재라 부릅니다. 그 집은 비록 세들어 살고 있기는 하지만, 제가 살 집이라 생각하여 한 겨울 침낭에서 잠을 자며 홀로 직접 도배하고, 부서진 곳을 수리하고, 직접 타일 바르며 한달이 넘는 공사해서 집을 이루었습니다. 


오랜시간 미디어와 설치미술작가로 살아왔던 저는 2002년 파리로 현대미술의 뿌리를 물으며 빨려가는 것 처럼 떠났듯이 우리는 어디로 부터 왔고, 우리문화의 뿌리는 무엇이고, 우리의 미감의 정체성은 무엇인지를 물으며 필연처럼 돌아왔습니다. 서구에서 자기 문화에 대한 자긍을 목도하였고, 그것이 어디서 부터 왔는지를 알고 나니 '우리'에 대해 묻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무지했고, 모르고 있었고, 알려줄 이들도 많지 않고, 물려받 듯 전해오는 것도 거의 없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우리 문화에 대한 제대로된 인식이 아직 스며들지 않았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스스로 물어야 하고, 애정을 갖지 않으면  보이지 않는 우리 삶과 전통으로 부터 오는 '우리 것'을 보고, 걷고, 익히고, 내몸 안에 흐르게 하는 일을 시작해야겠다고 마음을 먹었습니다. 


처음 여는 <집전>에서는 오래도록 이어왔던 일상들을 단절되어진 현대의 일상으로 끌고 들어와 오늘날과 어우러지게 하는 작업이 되기를 바랬습니다. 우리의 흙과 불, 형과 색으로 손수 빚은 도자기에 음식 담고 싶어 그릇을 만들고, 우리 음식에 걸맞는 우리 술 맛을 알고, 또 직접 빚은 술을 나누고 싶어 전통술을 배우고 빚었습니다. 그림은 집안의 곳곳에 오래전부터 있었던 것처럼 녹아 있게 하였습니다. 갖은 현대적 매체를 다루던 저는 한국으로 돌아와 우리 재료를 이해하고 싶었습니다. 우리땅을 밟고, 우리 산을 사생하여 담아온 풍경을 걸었던 시간을 따라, 때로는 바라는 마음의 모습대로 먹과 붓과 종이, 혹은 삼베에 펼쳐 놓았습니다. 사생하며 풍경을 그렸던 우리 선조의 방식대로 직접 땅을 밟아 마주한 우리 풍경의 감흥이 전해지기를 바랬습니다. 또한 사생을 하며 나무 한 그루, 돌 하나, 풀 한 포기가 그곳에 있음을 감사히 여겼던 사생하는 태도가 일상에도 깃들기를 바라는 마음을 집전을 통해 나누고자 했습니다. 작품과 함께 쓰여진 편지와 글들을 곳곳에 일상인 듯 담았습니다. 간간히 삶을 기록하는 한 형태로써의 피아노 곡을 소개합니다. 일상의 감흥이나 여행의 기억들을 즉흥적으로 연주했던 곡들인데 녹음하여 남아 있는 다섯 곡들을 잘 다듬어 이야기와 함께 들려 드리려 합니다. 또, 다른 이들이 이야기하는 우리 울타리 안과 밖의 집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고, 이웃의 손맛과 내려오는 먹거리를 나누고, 집의 정취를 나누고자 합니다. 그래서 이서재의 집전은 작품과 삶이 구별되지 않은 채로, 그래서 집 그 자체가 전시이자, 작품이자, 삶으로, 공간에서 벌어지는 모든 필연과 우연의 삶의 한 장면 한 장면이 집전을 완성하는 그림이 되기를 바랍니다. 산 넘고 물 건너, 돌고 돌아 다시 '집'으로 오는 길의 그림입니다.     


<집전> 프로그램 첫째주 9월 8일/ 9일/ 10일

<골목 반상회>


9월 8일 금요일 5시

/이서재가 있는 누하동 골목분들



첫날은 우리 골목에 살고 계신 이웃 분들과 조촐하게 준비한 음식과 술 나누면서 이야기를 나누는 날을 가져보려 합니다. 여전히 얼굴을 모르는 이웃과도 함께 잔치의 시작을 같이 하려 합니다. 


 <이서재 댓잎 햇살> 


9월 9일 토요일 11시부터 6시까지 

/ 누구나 언제든지 



 날이 좋고 햇살이 가득한 날에는 댓잎사이로 비추어 어른거리는 그림자만으로 삶이 풍만해지는 것을 느끼기도 합니다. 꼭 이날은 그 햇살이 선물처럼 드리워졌으면 좋겠고 오시는 분들과 그 빛을 나누고 싶습니다. 이날은 편히 들리고 싶으신 분들이 오셔서 차도 마시고 식사 때가 되면 간단한 밥도 함께 드시고 이야기 나누겠습니다.


<겸재의 눈>


 9월 10일 일요일 3시 

 /이야기 : 금릉 김현철 

 (화가, 서울대학교/동대학원 동양화전공, 간송연구위원)

 


 우리그림 이야기를 나누고 싶습니다. 우리는 카메라의 시점으로 사물을 봅니다. 그러나 우리의 옛 그림은 다른 시각으로 대상을 보고 화폭에 옮겼습니다. 거기에는 우리의 생각과 정서가 녹아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식으로 세상을 보던 옛 그림을 통해 우리 그림을 보는 법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나누려 합니다.



<집전> 프로그램 둘째주  9월 15일 / 16일/ 17일

<우리 엄마의 꽃밭>


9월 15일 금요일 오후 3시

/ 이야기 : 신창희 (플로리스트, 꽃핌 대표) 


 오래된 정원을 기억해 보려고 합니다. 작고 낮은 집이 있고 길섶에 알듯 모를 듯한 이름의 꽃들이 만발하고 나비가 찾아오던 우리 어머니정원의 기억을 찾아가 봅니다. 낮은 지붕이 있는 집이 헐리고 아파트가 들어서면서 함께 잃은 우리의 꽃밭이야기, 한국적 정서가 묻어나는 우리식 정원이야기를 나누겠습니다. 이야기 끝엔 우리 꽃밭의 식사를 가벼이 나눕니다.  

<문학과 집>


9월 16일 토요일 오후 4시

/이야기 : 문강형준 (중앙대학교 교수, 영문학박사, 문화평론가) 


파국의 지형학등의 좋은 책으로 미술계의 여러 담론에도 함께하였던 문강형준이 문학이 그리고 있는 집의 표상과 의미들에 대해 생각해보는 자리입니다. 문학 속에서 다룬 집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의 집을 반추해 보려합니다. 

<하루 집밥, 하루 주막>


9월 16일 토요일 오후 6시 

밥 : 하미현 (아부레이수나, 입말한식가) 


 입말로 전해지는 우리 지역음식들을 기록하고 짓는 일을 하는 하미현과 함께 가볍고도 의미있는 하루집밥을 나눕니다. 밥은 그렇게 나누면서 먹는 것 이상의 의미를 갖습니다. 이서가 빚은 술도 함께 합니다. 


밥: 강원도 메밀전, 부산 탕국

술: 부의주, 진양주 


<아침 홍차>



9월 17일 일요일 오전 11시

차담 : 장유정 (헤르만의 정원 대표) 


일요일 오전에는 맑은 기운으로 홍차이야기를 나누려고 합니다. 이야기해주시는 장유정 선생님은 서촌의 홍차전문점 헤르만의 정원을 운영하고 계십니다. 유달리 정갈하고 맛있게 내려지는 홍차 맛과 차에 대한 애정과 사유해 온 시간들을 이서재 뜨락에서 아침햇살 가득한 일요일 오전에 나누고 싶습니다. 함께 차 나누며 누리는 평화로운 일요일 오전이 되면 좋겠습니다.  

<하루일지암 : 차. 향. 집> 


9월 17일 일요일 4시 

차담 : 법인 스님 (해남 대흥사 일지암 주지) 


 해남, 두륜산 자락, 대흥사의 암자 일지암은 차의 성지와 같은 곳입니다. 초의선사가 일지암이라는 조촐하고 검소한 암자를 짓고서 좋은 차를 만들어 정약용, 김정희등의 문인들과 교류했던 곳이기도 합니다. 일지암 주시이신 법인스님은, 제가 작년에 <일지암 운몽도> 작품을 준비하며 잠시 일지암에 머물렀던 인연이 닿아 집전에서 ‘하루 일지암’으로 함께 하십니다. 일지암의 의미가 이서재로 옮겨온 집, 하루 일지암에서 차와 향의 깊이를 함께 나누길 권합니다 

<집전> 프로그램 셋째주 9월 22일 / 23일/ 24일

<당신이 그리는 집>


9월 22일 금요일 3시 

서로, 함께 이야기 : 이동섭(작가/글) 김도희(작가/미술) 




 ‘집’에 대한 이야기를 여기저기서 많이 듣습니다. 누구에게는 투자이기도 하고, 누구에게는 기억뿐이기도 한, 또 누구에게는 이루고 싶은 대상이나 사랑하는 이가 집이 되기도 합니다. 예술전반에 걸쳐 흥미로운 인문학적 사유와 감성적 글쓰기를 이어가는 작가 이동섭이 이야기 하는 이 시대의 집 이야기와 사유하고 행동하는 시각예술 작가 김도희의 빈집이야기를 나누어 보고 또 우리에게 집이란 무엇인가 스스로 묻고 이야기하는 토론의 장을 열어보려고 합니다. 빗장 풀고, 자신의 집을 열어놓는 하루이길 바랍니다.  

<집, 그 소리풍경> 


9월 23일 토요일 3시 30 

/이야기 : 이찬규 (숭실대학교 불어불문학과 교수) 


 집을 떠올리며 우리는 집에서 듣는 소리의 정겨움을, 소리가 불러내는 한 장면의 기억을 잊은지 오래된 것 같습니다. 집의 소리에 대한 서정을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이제는 사라져가는 소리들을 기억해볼 일이다. 골목으로 들어서는 반가운 이의 발걸음 소리에 귀가 쫑긋해지는 시절이 있었다. 겨울이 오면 문 밖에서 외투에 묻은 눈을 터는 소리, 집 안에서 들려오는 도마 소리, 그리고 따뜻한 주전자에서 술이 나오는 소리들이 서로를 환대했다. 환대할 수 없는 소리도 있다. 층간 ‘소리’가 아니라 층간 ‘소음’인 경우다. 우리는 마뜩찮은 소리가 수직적인 음향이 될 때 동일한 데시빌(dB)이라도 더 미워진다. 수직적인 것들이 수평적인 것들을 자꾸 밀어내는 시대에 이서재(利敍齋)의 소리풍경들을 되새겨 볼 일이다.”/ 이찬규  

하루 영화 <이중섭의 집>



9월 23일 토요일 6시  하루 영화: 다큐멘터리 <이중섭의 눈> 상영

후담  <이중섭의 집> 김희철 (다큐멘터리 감독)


 이중섭의 생을 다룬 다큐멘터리 <이중섭의 눈>을 이중섭의 집이 있었던 서촌에서 상영합니다. 오직 그림에 대한 열정으로 이곳저곳을 돌며 살았고 그래서 모든 곳이 집이었으므로 또 어디도 자신의 집이 아니었던 이중섭의 집이야기를 연출자 김희철과 함께 나누어 봅니다.   


<우리 골목 밥상, 우리 골목 타로 > 



9월 24일 일요일 5시-7시 / 방문알림  

손수밥 : 서촌 누하목재 아주머니 밥 

타로,사주 : 통인시장 혜림 사주타로 


 우리 골목에는 참 재미있고 재주 많으신 이웃이 많이 사십니다. 처음 이곳에 이사 와서 누하목재 아저씨와 제집의 가구를 짜 맞추며 인사하게 된 누하목재집 안주인 아주머니는 제가 아는 최고의 손맛을 가진 요리사이십니다. 요리도 가르쳐주시고, 절기마다 음식도 나누어 주시는 고운 손입니다. 통인시장에서 오랫동안 타로로 우리를 위로하시는 분도 이서재 골목에 사십니다. 10년을 이 골목에 사시다가 올 9월에 이사를 가시지만 그래도 이웃사촌이십니다. 다정한 이웃의 집밥도 드시고 사주, 타로도 가벼이 즐기시는 날 보내려고 합니다.   


<집전> 프로그램 넷째주 9월 29일/ 30일

<잃어버린 술, 잃어버린 집> 


9월29일 금요일 4시 

이야기, 시음 : 박록담 (한국전통주연구소 소장)  



예로부터 우리는 집집마다 술을 빚어 왔습니다. 정성스레 제사를 지내는 민족이었기 때문에 제삿상에 올릴 술을 집에서 직접 빚었고, 그래서 집집마다 내려오는 그 집의 술이 있었습니다. 역사의 시련과 함께, 또 마당이 사라지고 집의 구조가 바뀌면서 우리는 집에서 더이상 술을  빚지 않게 되었고, 우리 술 맛이 어떤 것인지 조차 기억하지 못하는 오늘을 살고 있습니다. 박록담 선생님께서는 수백가지의 우리 가양주(집에서 빚는 술)를 복원하시면서 잃어버렸던 우리 술을 다시 깨어나게 하신 분입니다. 저는 오랜 외국생활을 거치며 술의 문화에 대한 생각을 진지하게 하게 되었고, 한국에 돌아와 우리 전통주를 찾으면서 만나고 배우게 된 박록담 선생님의 말씀이 늘 울림이 있어 나누고자 하였습니다. 저는 8월 15일 광복절에 추석즈음에 마실 햅쌀로 담는 신도주를 빚었습니다. 이날은 술이 맛있게 익어 함께 나눌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일상을 기록하는 법 > 소리 


9월30일 토요일 4시 

이서, 김철준 (성악가)


제 개인적으로 일상의 감흥을 기록하는 방법중에 음악이 있습니다. 어떤 일에 감동이 있거나, 멋진 풍경이 있거나, 슬픔을 이기지 못할 때 마음이 울리는 선율을 따라 피아노로 즉흥적인 곡을 연주하기도 하는데, 즉흥이기 때문에 사라진 곡들이 많지만 몇몇 곡들은 다행히 녹음이 되고 반복될 수 있어서 남겨진, 짧지만 제겐 기억을 더듬을 수 있는 음악적 메모가 다섯곡 쯤 됩니다. 그 음악들에는 이야기가 있고 그 모습이 담겨 있어서 한 장의 사진같이 매 순간 살아납니다. 그 음악을 들려드릴 기회를 갖을까 합니다. 김철준은 프랑스에서 만난 훌륭한 베이스 성악가 입니다. 오페라 가수로서도 배우로서도 아주 훌륭한 예술가입니다. 그의 노래를 이서재 앞마당에서 들을 수 있어 아름다운 날이 될 것 같습니다. 우리 모두는 훌륭한 악기입니다. 모두가 가진 자신의 악기로, 자신의 목소리로 내 안에 흐르는 선율을 나누는 날 이기를 바랍니다. 그렇게 이날은 집전 닫는 잔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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