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9월 15일 우리 엄마의 꽃밭신창희 님의 한국적 정서가 묻어나는 우리식 정원 이야기를 듣고..여름에서 가을로 넘어가는 어느날 오후 세시. 터벅이는 걸음으로 이서재에 당도했다. 아무것도 가져오지 말라 했지만 그러기엔 무안한 내 손에는 한국 땅에서 나고 자랐다는 거봉 한박스가 들려있다. 삐걱. 소박한 이서재의 문이 열리고 낯선 십여 명의 사람들 속 오래된 인연 이서언니와 넉넉한 인심이 가져다놓은 밥이며 야채, 고기, 술이 있다.서촌의 주민 플로리스트 신창희 님. 이서재의 마당에서 울리던 그녀의 이야기는 품위가 있다. 생명을 사랑하는 고운 맘이 일상에 담겨서일까. 그녀는 차분하고 그윽하다. 놀랍게도 그녀의 식물과 대화까지 하는 비범한 능력의 소유자이기도 했다. 나중에 알게 된 이야기지만 낡고 낡은 건물에 입주하여 섬세한 손길로 두플라워&까페를 운영, 그곳 일대의 번화에 일조했으나 그 순박함을 파괴하는 불량배들은 언제나 존재하는 터 젠트리피케이션의 전형적 피해자로 힘겨운 싸움을 이어가고 있었던 것이다. 잔잔한 그녀의 어조로 우리식 정원이야기를 듣고 있노라니 문득 언니와 나의 정원이라 말할 수 있는 그 곳, 아파트 마당이 떠올랐다.우리 추억의 상당수는 그 곳과 연관되어 있다. 복도식 아파트 아래위로 살았으니 어째 그냥 지나칠 법하건만 마당을 공유하던 우리는 돌과 풀 사이 뜀박질 겨루기 선수요 토끼풀 반지를 가끔 선물해주는 사이였으며 별것 아닌 풀반찬 흙반찬을 밤낮으로 나눠먹는 소꿉장난 동지이기도 했다. 엄마들은 봄이 되면 그곳의 쑥으로 저녁국을 끓여주는 것이 다반사였다.그 마당을 배경으로 한 몇 개의 사진이 문득 기억났다. 해맑게 웃는 삐뚤빼뚤 단발머리의 나와는 대조적인 퉁퉁 부은 언니의 눈. 용감했던 언니는 미용실 첫 고객으로 동네동생을 선택했다가 사단이 났던 추억이다. 언니네 가족과 우리가족이 풀밭에 나란히 앉아 찰칵! 포즈를 지은 사진. 엄마아빠도 젊고 우리도 어렸던 삼십년도 지난 참으로 그리운 추억이다.정원이라 말하면 잘 모르겠다. 정원 하면 왠지 잘 가꿔져있는 곳만 같아서. 하지만 마당.. 그래 마당이 맞지 않을까. 내 마당이 아니더라도 누구나 아파트 마당, 골목길 한쪽 공터를 마당삼아 놀아본 기억이 있을 것이다. 그곳에는 여지없이 토끼풀, 민들레가 자랐을터..이서언니와의 어린시절 추억을 더듬어보다가 다시 주변을 둘러본다. 언니의 마당은 이제 언니의 작업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이야기와 음식으로 물들고 있다. 언니가 직접 담았다는 전통주까지 첨가되니 더 운치가 난다.언니의 부지런함과 용감함이 담긴 이 곳 이서재의 마당이 훗날 이곳을 되돌아봤을 때 웃음지을 수 있는 사랑과 추억이 많이 베풀어진 곳이 되길 바래본다. 그리고 예술가들의 순수한 영혼을 상처내는 자본주의의 논리로부터 이서재 마당이 부디 오래 잘 지켜지길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