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고사리 가을이 이어지던 어느 날.지도를 더듬더듬 읽어내며, 골목을 헤매던 나의 눈앞에 남다른 기운이 만연한 아리송한 한 한옥에 당도했다. 집안에 들어서자마자 아담하게 펼쳐진 작은 한옥의 정취에 한 번 놀랐고, 집안 곳곳의 정성 어린 손길에 두 번 놀랐고, 모인 사람들의 평안한 마음들에 세 번 놀라게 되었는데, 그곳에 머물수록 호기심이 커져만 갔다.개인적인 일들로 복잡하던 시기를 보내던 나는 이서재가 주는 기운을 온몸으로 느끼며 받아들이고 있었던 것 같은데, 그렇지 않고서는 몇 일간 연이어 이어진 나의 방문은 다른 말로 설명이 되지 않는다. 그중 두 번째 방문의 날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 한다.그 날은 <우리 골목 밥상, 우리 골목 타로>라는 이름으로 골목 이웃 분들이 채워주시는 날이었는데, 첫 번째가 오색찬란한 갖가지 나물과 정성을 담아 골목 최고의 손맛을 내어주신 누˅ 하˅ 목재누하목재 어머님이 준비해 주신 골목 밥상이었다. 밥상의 메뉴는 골동반이라는 음식으로 지금의 전주비빔밥의 맥을 잇는 전통음식이었고, 마을 최고의 맛 손께서는 정성스레 한 분 한 분 예쁜 그릇에 나물과 마음을 함께 담아내 주셨다. 너무 소담하고, 예쁜 이 집의 풍경과 음식이 낯선 따뜻함 너머의 한술 밥으로 내 몸속에 들어왔다. 꿀떡! 음식을 씹어 넘겼다. 꿀떡! 꿀떡! 숟가락이 춤을 췄다. 이 실로 얼마 만에 받아보는 제대로 된 밥상이란 말인가! 꿀맛 같은 밥들이 온몸을 흐를 때쯤 두 번째 주인공이신 통인시장의 혜림타로 어머님의 타로 점 시간이 이어졌다. 생전 돈을 내고 타로, 별자리, 사주 등을 봐 본 경험이 없던 터라 낯모르는 상황 속에서 내 안식을 찾는 모순에 주저하다 별것 있겠나 하는 마음에 방문을 열고 들어갔다. 그저 가까운 지인의 조언과 나 자신의 마음가짐 정도면 위로와 안식의 길로 조금씩 접어드는 삶에 익숙했기에 무엇이 궁금한지 묻는 말조차 무어라 말해야 할지 몰라 우물쭈물하다 입을 열었다. 개인적인 일을 생전 처음 보는 이에게 설명하고, 손을 뻗어 카드를 골랐다. 골라낸 카드들은 아주 좋은 말을 뱉어내었고, 희망적인 상황을 연거푸 전개했다. 물음표 수십 개가 머리 위를 떠다녔고, 카드가 건네는 확신에 찬 희망으로 나도 정리하지 못한 내 인생이 정리되고 있었다. 문밖을 돌아 나서며 전해들은 희망이 과연 내가 정말 원하는 것인지, 아닌지, 혼돈하지 않으려 애를 쓰며 알아차려야 했다. 유혹적인 말은 현혹되기 쉽고, 진실을 드러내지 않을 때가 많아 기억을 더듬으며 메모해 봤지만 알아차리기 어려운 건 매한가지구나 싶었다. 현재의 나는 타로가 건넨 상황과 조금은 다른 상황을 살아내고 있지만, 희망을 품게 해준 것은 사실이었고, 그 후로 낸 용기들에 끼친 영향보다 그저 그 희망을 믿고 싶었던 마음이 더 컸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나는 몇 일간 이서재가 내어주는 따뜻한 음식과 위로를 내 안에 채우고 있었다. 그 안식이 내게 깊게 뿌리 내리길 바라며, 꿀맛 같은 비빔밥과 밝은 미래가 언제나 내 안에 가득하기를. 그것이 내 삶에도 스며들어 며칠이고 이어지길 바라며, 그 집이, 그 사람들이 너무 따뜻해서 욕심났던 지도 모르겠다. 집이란 게 사람을 들었다 놨다 한다. 집이 곧 사람 일터인데. 나라는 집은 어떤 모습인지 그 마음을 보듬어 보고 싶은 계절이다.-----------------------------------------------------------------------------글쓴이 – 고사리경험을 통한 감정과 기억이 가진 무의식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미술작업을 하고 있는 창작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