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컨테이너 / 에쿠아도르, 라고아그리고

2010 Photography, Essay
City Container / Ecuador, Lago Agrigo
Photography, Essay

… 에쿠아도르의 아마존 밀림 지역인 쿠야베노(Cuyabeno)로 가기 위한 첫 출발지는 수도 키토 (Quito)로 부터 7, 8 시간이나 버스를 타고  도착한  '라고 아그리오(Lago Agrio)' 라는 오래되지 않은 도시 였다.  라고 아그리오는 에쿠아도르가 정책적으로 아마존 지역에 외국회사들로 하여금 석유를 채굴 하러 오게 하면서 계획없이 순식간에 생겨난 신도시이다. 아마존 지역에서 3시간 쯤 걸리는 거리에 있지만  그나마 가장 가까운 도시가 이 곳 이다.  이 도시에 도착했을 때 나는 알 수 없는 흥분에 휩싸였다. 이것이 긍정적인 것인지 부정적인 것인지 처음에는 그 감정의 정체를 알 수 없었다.  분명 여유로운 도시는  아닌데 모두가 들 떠 있는 듯 했다. 도로 양 옆으로 늘어선 나즈막한 2층 높이의 건물들은 대부분이 상점들이었는데  생필품과 먹거리를  파는 집이 두 집 건너 하나씩 보였지만  그런 가게들의 분위기는 마치 언제라도 짐을 싸서 떠나버릴 듯 냉랭하기만 했다. 그런 도시를 뿌연 흙먼지가 휘감아 실체를 모호하게 했고  게다가 도시 뒷편으로 동화같이 뭉게뭉게 피어오른 구름이 묘한  분위기를 만들었다. 흙 안개를 뚫고 길을 쌩쌩 달리는 오토바이들, 축하할 일이 있는 듯 눌러대는 크렉션 소리가 한층 더 분위기를 들뜨게 했다. 마치 무슨 일이 벌어질 것 같은  이 분위기는 웨스턴 영화의 한 무대 셋트와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랬다. 무대 셋트. 역사는 없고 이벤트만 있는 무대 셋트.  낮에는 흥을 돋구고 밤에는 유령도시처럼  텅 빈 놀이공원. 외국 회사들이 벌이고 있는 석유 채굴의 ‘한판 축제’가 끝이 나면 사라질 한 도시. 뭔가 정리되지 않고 편안하지도 않은 이 곳에서 잠시 묘한 흥분으로 들떴던  것은 그 축제의 기간 중에 들렀기 때문이라는 것을 나중에서야  깨달았다. …

2009년 4월 에쿠아도르, 라고아그리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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