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컨테이너 / 에쿠아도르, 아마존

2013 Photography, Essay
...오직 손전등 하나를 들고 야간 순찰에 나섰다.  깊은 숲 안에 도달했을 무렵, 가이드는  7명이 나선 우리 팀을 모두를 불러  세우고는  손전등을 꺼달라고 부탁했다. '손전등을 끄라고 ?' 서로를 잠시 바라보았다. 아무 말 하지 않았지만 모두들  같은  그림이 머리를 스치고 있었을 것이 분명하다. 인디아나 존스 영화에 나왔을 법한 나무기둥에 붙어 있던 손바닥 만한 검은 털복숭이 거미, 꽈리를 틀고 잠을 자다가 손전등에 부시시 눈을 뜨던 팔둑 굵기만한 노란 뱀, 기이하게 생긴 빨간 사마귀와 진흙이 흘러 내릴 것 같은 거대한 두꺼비... 이 밤 길을 걸어오며  보았던 모든 곤충과 동물들이 떠올랐을 것이다.  여기서 불을 꺼도 될까 하는 두려운 마음에 한 몇 초쯤 망설이며 손전등을 끄자  하늘에는 그야 말로 쏟아질 듯 별들이 보석처럼 반짝이고 있었다. 비가 와 어둑거렸던 하늘이 그 새 비가 멎고 구름 뒤에 숨겨 둔  보석더미를 쏟아 놓은 것이다. 이번에는 눈을 감으라 한다. 눈을 감고 몇 초 동안은  털이 숭숭난 거대한 거미가 내 발목을 타고  오르는 기분이 들어 등골이 오싹했다. 그러나 이내 귀가 민감해졌다.  시원한 밀림의 소리는 도시나 시골에서 듣는 벌레들의 소리와는  또 다른 하모니이다. 마치 동굴 속에 있는 것 처럼 약간의 울림도 느껴지는데 숲이 넓고 깊기 때문 일 것이다. 이 고요는  마치 물침대 같다. 푸근한 고요가 아니라 가슴을 동요하게 하는 고요다.  그것은 이 숲이 아마도 오직 생명이 있는 것들로 가득하기 때문에 다가오는 감동일 것이리라 생각했다. 그러고 보니 이 숲에 서 있는 나 역시도 한 생명체가 아니던가.  숨쉬고 있고 자라고 있는 한 생명이지 않은가.  이 깊은 숲 속에서 나무, 풀, 동물들, 곤충들, 그리고 이 땅과 그 위를 딛고  함께 여행하는 동료들과 오로지 자연으로서 하나가 되어 있다고 생각하니 가슴 벅찬 감정이 밀려왔다.  가늘고 길게 호흡하면서 숲의 기운을 들이 마시고 또 내 뱉었다.  어느새  숲에 대해 두려워 했던 감정은 사라지고 스스로 숲의 일부가 되어 그 어떤 거부감과 이질감 없이 이 숲을 온전히 받아들이고 있다는 걸 알았다. 두려움은 어쩌면 스스로가 만드는 것인지도 몰랐다. 그것은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것에 대한 부정적 환영 같은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존 밀림이 위험할 것이라는 것, 언제 어떤 공격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것, 그래서 이런 탐험을 의심하는 모든 두려움들은 내 약한 의지가 나를 조작하고 있는 것에 불과하다는 확신이 왔다. 모든 삶의 여정도 그렇지 않겠는가. 내 길이 두려운 것은 단지 아직 가보지 않은 길이기 때문이지 않겠는가.  나는 어둠 속에서 또 다른 세상이 있는 것을 보았다.  한 밤중에 눈을 감고 나는 그렇게 밀림 안에 있었고, 그 안에서  이 거대한 자연이 내 안에 있다고 온 몸으로 느껴졌다. 무언가 말 할 수 없는 뜨거운 것이 솟구치듯 올라왔다...





2009년  4월 에쿠아도르, 아마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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